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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너무 가까워서 더 몰랐던 대마도

    대마도는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

    천이백 기자 (c122103@naver.com)    2013-11-07 07: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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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코앞에 있는 대마도를 너무나 몰랐습니다.

'대마도' 하면 대한해협, 쓰시마해협, 현해탄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서 왜구의 출몰, 세종 때의 대마도 정벌 등, 이런 것들을 함께 떠올릴 뿐이지 그 섬이 어떻게 생겼으며 나아가 얼마만큼이나 우리나라에서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대마도를 방문한 여정의 초입에서 문득 느낀 것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대마도를 정말 잘 몰랐다는 것인데, 우선 거리로는 최단거리가 부산에서 50킬로미터가 채 안 되며 크기는 제주도의 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전에는 막연하게 대마도가 상당히 큰 섬인 줄로만 생각해 왔었던 것이지요.

 지리와 역사를 등한시하고 실용적인 지식을 소홀히 다루는 교육을 받은 나머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남의 나라 땅에 관해 이토록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근년에 들어서는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판에 그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서, 된다 안 된다는 말만 해오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해양연맹에서 대마도 탐방단을 꾸린다는 말을 듣자마자 무조건 따라가야지 하고 나섰던 것이지요.

 촘촘하게 짜여진 1박 2일의 탐방일정을 마치고 보니 참으로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흐릿하던 머릿속이 한결 개운해진 느낌입니다.

 우선 대마도의 생김새를 보면, 제주도처럼 한눈에 들어오게끔 평이(平易)하지 않고 위로부터 아래로 좁고 길게 누워 있는 형태입니다.

 그런 탓으로 지도를 보고서도 어렴풋이 제주도보다 크다고 생각해 왔는지 모릅니다.

일본에서는 그냥 대마(對馬)라고 하는데 이름처럼 두 말(馬)이 마주보고 있는 형상으로, 길쭉한 땅 덩어리 두 개가 맞붙어 있지요.

 만나는 지점의 만곡부(彎曲部)가 순탄하지 않고 복잡하게 들쭉날쭉한 해안선인데 그 부분이 아마도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다 정확히 묘사하자면 하나로 된 섬이 만곡부의 동단(東端)에서 잘록하게 붙어 있어 두 섬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20세기에 들어와 전략적인 목적으로 이 잘록한 지점에 운하를 뚫어놓고 그 위로 다리를 놓았으니 지금이야말로 두 개의 섬인 셈이지요.

 이 섬의 인구도, 대충 짐작으로 백만 이상은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 왔는데 겨우 3만 5천에 불과하니 이 또한 순전히 무지에 기인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겠습니다.

 ]왜 인구가 이렇게 적은지 자세히 따져보지는 못했지만 대마도는 산이 90퍼센트에 들판은 겨우 10퍼센트에 지나지 않아 사람이 많이 모여 살 만한 곳은 못 되었을 것입니다.

 실제 세종 때 왜구의 노략질을 뿌리뽑고자 정벌을 하고 보니 그리 사람 살 만한 데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는데 막상 지형을 보니 동시대인(同時代人)이라면 이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마도는 규슈 남단과 함께 왜구의 거점이었습니다.

주민들이 갈아 먹을 땅이 충분치 않았으니 먹을 것과 생필품을 찾아 이웃 나라에 노략질하러 분주히 다녔을 것입니다.

 먹을 것과 생필품뿐 아니라 사람까지 부족한 형편에서 조선 등지에서 아녀자들을 약취(略取)해 가기도 하였습니다.

 왜구에 의한 피랍자(被拉者) 송환에 성공을 거듭함은 물론 일본과의 힘든 교섭으로 계해조약(癸亥條約)을 체결하여 왜구 문제를 안정화시킨 조선조의 명 외교관 이 예(李 藝 1373~1445)선생의 어머니도 일찍이 왜구들에 잡혀 대마도에 왔지만 아들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내 찾지 못하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수군이 대마도까지 왜구를 쫓아갔지만 이들이 섬 중앙 만곡부에 들어가 숨어 버리면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했다 합니다.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 고약한 왜구의 피신처로 활용되었다니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만곡부와 현해탄을 잇는 운하도 러일전쟁 무렵 일본 함대가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쳐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설되었다니 이 아름다운 곳이 또 한 번 군사 목적으로 잘 쓰인 것이지요. 실제 이곳에 대기하고 있던 일본 함대가 적시에 나가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제압하였다고 합니다.

이 만곡부 외에도 전반적으로 대마도의 풍광은 수려하였는데, 개발을 제한하는 일관된 정책을 지켜오느라 긴 섬을 종단하는 길도 많이 건설하지 않았다 합니다.

 그 덕에 우리 일행이 북단의 히타카쓰(比田勝)에서 남단의 이즈하라(嚴原)까지 버스로 종단하면서 본 숲은 매우 풍성하였으며 산이 많은 까닭으로 계곡과 개울, 그리고 개울이 모여 이룬 강도 넘치듯 많았습니다.

 숲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대종을 이루고 있었으며 크지도 않은 대마도 땅의 수목을 가액으로 하면 일본 국가 예산의 삼 배 정도가 된다 하니 그 수목의 울창함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대마도는 지리적인 이유로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는 당일에 왕복할 정도로서 호버크라프트(hovercraft)라 불리는 해상 고속선으로 부산에서 히타카쓰까지 한 시간 십분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인데도 그동안 잘 모르고 지내온 것에 아쉬운 바 적지 않습니다.

 우리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이 대마도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니 누구 땅이라고 가릴 것 없이 서로 자주 내왕하면서 가깝게 지내면 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도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고자 합니다.

 

필자소개

정달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주 이집트 대사를 역임.

현재 제주 소재 유엔국제훈련센터(UNITAR)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인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외국인거주환경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 텃밭과 나무를 가꾸며 자연의 품에서 생활의 묘미를 찾는다.

 

 

천이백 인천복지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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