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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세일즈 외교’ 보다 ‘문화 외교’이어야

    富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천이백 기자 (c122103@naver.com)    2013-11-14 08: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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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대 대통령이 해외 나들이 때마다 대서특필 기사인 양 떠들썩대던 듣기도 보기도 민망하고 마음에 거슬렸던 문구나 표현이 없어 ‘다름의 신선함’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은 예외 없이 언론에 부각되어 왔습니다. 국가원수를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의 규모와 누가 사절단 명단에 올랐으며, 누가 단장 역을 맡을지에 대한 뉴스가 크게 보도되곤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참으로 거북하고 부끄러운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세일즈 외교’랍시고 무엇을 방문국에서 얼마나 사주고 얼마나 팔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왠지 너무 얄팍한 장삿속만이 보였습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너무 적나라해 외교한다고 하면서 ‘외교스럽지’않아서 입니다.

 1993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아왔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는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자존심인 고속전철 TGV시스템을 팔려고, 이른바 ‘세일즈 외교’차 우리나라에 온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프랑스측의 경제인이 앞줄에 나서서 얼굴을 내밀며 종횡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의외로 프랑스 경제인들의 행각은 조용하였습니다.

 사절단 단장은 다름 아닌 당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조각예술가 세자르(Czar, Baldaccini)였습니다. 프랑스문화 주간이라도 된 듯 국내 문화계가 떠들썩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은 청와대를 예방하면서 19세기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군대가 외규장각(外奎章閣, 강화도)에서 침탈해간 의궤(儀軌) 문화재 반환 가능성에 대하여 운을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실제적으론 요즘 말로 ‘KTX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게 중론입니다. 문화를 앞세워가며 장사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강한 문화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는 ‘허점’을 백분 활용한 ‘문화 외교’의 한 본보기인가 싶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하여 바쁜 일정 중에서도 파리 오르세(Orsay)현대미술관을 방문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소이어서라기보다 대통령의 작은 행보가 문화적 큰 걸음이라는 생각이 다가왔습니다.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한국인 모습이 겹쳐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문국 프랑스인들에게 각인시킨 무엇하고도 대체할 수 없는 외교성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 대통령이 외국의 수상 관저를 예방하였을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이 수상 관저에 국내 조각가의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귀띔을 하였답니다. 그런데도 무관심하게 발걸음을 재촉하였다는 씁쓰름한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손님을 대접하는 수상에게 “듣자니 우리가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계신다는데, 작품을 보여주실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우리 국가지도자의 삭막한 감성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우리의 ‘문화 빈곤증’을 보는 듯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선각자 김구 선생께서 남기신 유훈인 ‘문화강국론’ 중에서 “우리의 富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하신 깊은 뜻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 대통령이 지금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신라: 코리아의 황금왕국(Silla: Korea's Golden Kingdom)>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방문한다면 어떠할까 상상하여 봅니다.

 너무나 허황되고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십니까?

하여튼 ‘세일즈 외교’보다는 ‘문화 외교’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서 입니다.

  

필자소개

이성낙

뮌헨의과대 졸. 프랑크푸르트대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역임.

현재 가천대 명예총장, 의사평론가, (사)현대미술관회 회장

 

천이백 인천복지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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